이번 앨범 [BLACK HOLE]은 5min.us가 나아갈 음악 지향성을 투영한 사운드를 담았다
“Gravity, Glitch, Give in...”
밴드 5min.us(오미너스)가 첫 번째 정규 앨범 [BLACK HOLE]로 깊고 강렬한 음악의 중력을 선사한다. 이름처럼 단 5분 만에 관객을 빠져들게 만드는 음악,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숨 쉬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5min.us가 지향하는 바다.
[BLACK HOLE]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밴드 음악’이라는 근간 위에 각 멤버의 개성과 철학을 덧입혔다. 베이시스트 스즈키 아마루, 드러머 이타카, 기타리스트 매튜 캐스웰, 키보디스트 백 비—네 멤버가 각자 작업한 솔로곡을 포함해 총 10트랙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마치 블랙홀처럼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과 감정을 끌어당긴다.
특히 멤버별 솔로 트랙은 그들의 음악적 뿌리와 정체성을 그대로 투영하며, 한 곡 안에서도 장르와 분위기가 변화무쌍하게 흐른다. 이는 곧 하나의 앨범이자, 네 개의 우주를 담은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음악은 곧 중력이고, 우리는 그 안에 떨어지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BLACK HOLE]은 5min.us의 출발점이자 선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앨범은 무한한 공간 속에서 ‘우리’를 끌어당기는 하나의 중심점이다.
- Minus × Minus = Energy -
1. INTRO
서두부터 리듬이 서사를 끌고 가며, 그 위에 겹겹이 쌓이는 사운드는 감정을 직접 노래하기보다 구조처럼 세워져 흐름 안에 선명한 장면을 남긴다. 소리 하나하나가 무언가를 표현하려 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 압력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곡은 점점 더 밀도를 갖고, 점점 더 중심을 향해 당겨지며, 그 자체로 하나의 충돌 전야가 된다. 블랙홀의 형태를 갖기 시작한 첫 장면처럼, 이 앨범이 어디로 끌려갈지를 정확히 가리키는 첫 중력이다.
2. 너와 나의 시공간
‘너와 나의 시공간’은 선형적인 시공간이 붕괴되는 순간을 사운드로 포착한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시작하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속도와 온도가 요동치며 시공간이 느려지고 빨라지며 뒤틀리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 변화는 단순한 구성 기법이 아니라, 너와 내가 블랙홀을 지나며 공유하는 시공간의 왜곡 그 자체다.
사운드는 부서지지 않고 뒤틀리고, 리듬은 흐르지 않고 응축되며 감정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전개된다.
5min.us의 사운드는 이 곡 안에서 중력처럼 작용하며, 결국 청자를 낯선 시간의 밀도로 이끈다.
3. BE (Baek Bi)
‘BE’는 존재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하나의 곡으로써 쓰여진다. 5min.us의 곡이 네 멤버의 궤도가 뒤섞이며 하나의 추상화로 완성되는 것이라면, 이 곡은 그중 온전히 백 비의 방식으로 쓰인 궤적이다.
‘BE’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존재하다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백 비(Baek Bi)의 이름에서 파생된 자기 선언이기도 하다. 소리는 나서지 않지만 선명하고, 감정은 드러나지 않음에도 분명히 그 안에 있다. 곡은 무엇을 말하려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끝내 잔상을 남긴다.‘BE’는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나는 여기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4. 정상 (Matthew Casewell)
‘정상’은 매튜 캐스웰 특유의 감각과 기질이 응축된 곡으로, 단 한 음만으로도 그는 자신이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시작은 차분하지만, 전개는 치밀하고 때로는 비논리적일 만큼 당당하다. 오케스트라의 스케일과 록의 질감이 겹쳐지며, 곡은 정점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정점 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는 이 곡 안에서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매튜 캐스웰은 정상에 서 있는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 위치에서,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선 채로, 가장 자신있는 확신을 들려준다.
5. 사랑 아닌 사랑노래
‘사랑 아닌 사랑 노래’는 사랑을 노래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결국 사랑에 대해 말하고 마는 곡이다. 감정을 피하려는 듯한 말투, 망설이는 리듬, 비껴가는 화법. 그러나 그 모든 부정이 쌓여 오히려 더 선명한 중심을 만든다. 앨범 제목처럼, 이 곡은 블랙홀처럼 조용히 끌어당기고, 빠져나갈 수 없는 감정의 밀도로 청자를 붙잡는다.
사랑이라 부를 수 없었던 모든 감정들에 대한 고백이자, 도망칠수록 가까워지는 노래일 것이다.
6. Sunrise in Stereo (Itaka)
‘Sunrise in Stereo’는 이타카 특유의 에너지와 발랄한 기운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리듬이 곡의 중심을 이끌고, 그 위로 밝고 반짝이는 질감이 경쾌하게 흐른다. 전반부는 전자음악의 맑은 결을 따라가다가도, 곡이 깊어질수록 밴드 사운드가 서서히 드러난다. 장르가 바뀌기보다는, 감정이 다른 결을 만나며 조금씩 음영을 바꾸는 듯한 흐름이다. 그 미세한 변화들이 모여 하나의 순간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빛나는 것들이 처음으로 소리를 가지는 순간, Sunrise in Stereo.
7. In the Dusk (Suzuki Amaru)
‘In the Dusk’는 아마루가 베이스의 언어로 쓴 독백이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 빛과 어둠이 동시에 스며드는 시간처럼, 이 곡도 분명하지 않은 경계 위를 조용히 걷는다. 베이스는 앞서지 않지만 낮게 울리며 곡 전체의 무게를 붙잡고, 여백을 채우는 소리들 사이로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이 음악은 빛을 좇기보다, 어둠이 퍼지는 결을 따라간다. 감정은 천천히, 그러나 뚜렷하게 깊어진다.
고조 없이 수평을 유지한 채. 끝까지 밀도를 잃지 않고, 베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벗어나지 않는다.
8. 우리의 만남은 11월이 될 것 같기에
‘우리의 만남은 11월이 될 것 같기에’는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을 향해, 서두르지 않고 속도를 밀어붙이는 곡이다.
청량하게 정돈된 리듬과 선명한 질감의 전개는 곡 전체에 단단한 추진력을 부여하면서도, 정작 중심엔 다다르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다. 한참을 달리다 멈추는 것도, 끝을 내지 않고 열린 채로 남겨두는 것도 이 곡이 선택한 형식이다. 아직 오지 않은 11월을 향해, 곡은 계속해서 나아간다.
9. 0526
0526은 하나의 그룹이 시작된 날짜이자, 이 앨범이 닿고자 한 마지막 위치다. 곡은 앞선 트랙들의 흐름을 정리하듯 시작되고, 각 멤버의 사운드는 점차 응집된 형태로 모이며 중심을 형성한다. 감정의 고조 없이 밀도를 높여가는 전개는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는 구조적 완결성을 띤다. 마지막 트랙이지만, 이 곡은 끝맺음이 아니라 오미너스라는 이름 아래 다시 시작되는 출발점에 가깝다.
10. Outro